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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 수술을 위해 마취 상담을 하다 보면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전신마취를 하면 머리가 나빠지지 않나요?”이다. 마취통증의학과 의사로서 나는 이 질문이 상당히 합리적인 의심이라고 생각한다. 마취제는 우리 뇌에 작용하여 마취작용을 일으키기 때문에 아직 미성숙한 뇌를 가지고 있는 유소아에게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걱정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 주제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 마취통증의학과 의사들의 관심사였다.
이 질문에 대해 그동안 나는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합니다.”하는 다소 모호한 대답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고농도의 마취에 노출시킨 동물 실험이나, 영아 시기에 여러 번 전신마취를 받은 아이들을 추적 관찰한 연구에서 마취가 학습 장애나 행동장애의 위험요인일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결과가 나왔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의 연구 결과들을 살펴보면 이제는 부모님들에게 긍정적인 대답을 해도 될 것 같다.
*2019년 초 발표된 대규모 국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비교적 짧은 시간 동안 한 번의 전신마취를 받는 것은 소아의 신경학적 발달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사실 이 문제 대하여 지난 십수 년간 많은 연구가 진행되었으며, 한차례 전신마취에 노출되는 것은 크게 영향이 없는 것 같다는 것이 대부분의 연구 결과였다. 문제는 아주 어린 나이에 여러 번의 주요 수술과 전신마취에 노출되는 경우 나중에 학습능력 저하나 집중력 장애를 보일 수 있는 위험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물론 이 경우는 문제가 전신마취 그 자체 때문인지 여러 번 수술을 받아야 하는 기존 질병 때문인지 해석이 모호하다.
이번 연구 발표가 의미가 있는 것은, 대부분의 경우 소아 수술은 큰 질병이 없는 건강한 소아들에게 비교적 짧은 시간 동안 이루어진다는 것이다(탈장이나 맹장수술, 편도수술 등).
마취 자체는 아주 안전하다. 마취의학은 의학의 가장 큰 발전 중의 하나로 그동안 비약적으로 발전해왔다. 이제 마취 관련 사고의 위험성은 매우 낮다. 당신이 잠든 동안에도 마취과 의사는 당신의 곁을 떠나지 않고 활력징후를 모니터링하고, 필요한 약을 적절한 시기에 투약하고, 마취시간을 줄이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러니 전신마취 자체는 안전하다고 나는 항상 환자들을 안심시켜왔다. 이제는 소아 환자 보호자들도 안심시켜 드릴 수 있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어 참으로 다행으로 생각한다.
물론 모든 마취와 수술은 부작용과 후유증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수술 전 본인의 건강 상태, 복용 약물, 알레르기 등에 대하여 의료진에게 상담하는 것은 안전한 수술과 마취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 의학 잡지 ’Lancet‘에 기고된 연구사례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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